마이데이

자린이 미국 자전거 대회 출전

EasyLife 2021. 7. 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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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잘둬야 오래삽니다...

 

취미로 자전거를 시작한지 어언 서너달. 그나마도 전기 자전거여서 힘들지 않게 기분 전환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옛어른신들 말씀이 친구들을 잘둬야 한다고 했던가요? 거의 강매에 가까운 푸시로 자전거, 헬멧, 신발, 페달 등등을 구입했습니다.

 

클릿인지 나발인지 신고 페달에 발을 얹으면 일부러 빼지 않는한 빠지지도 않아서, 넘어질때 엄청 위험합니다. 첫날 한 세번 넘어지고 나니 이제 준비는 끝났다고 친구들이 대회를 등록해줬습니다... !?!?!?!?

 

일자로 나란히 서서 바람의 저항을 줄이니, 메달을 따려면 시간당 몇마일로 꾸준하게 달려야 하니 지들끼리 그렇게 바쁘게 토론했지만 저는 그냥 자빠져서 도가니만 안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나는 준비가 덜된거 같다. 다음거에 나가겠다" 라고 꾸준하게 어필했지만 그냥 발 얹고 달리기만 하면 된다고.... 아니 그렇게 따지면 못할게 뭐가 있나... 수영은 손넣고 물에떠서 가면되는거고, 공중에 떠서 안떨어지면 나는거고, 시험문제 다 맞히면 A 받는거고..

 

더이상 말이 통하지 않아서 단념하고 급하게 몇번 동네를 돌아보며 클릿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한하고 결국 두려워 하던 그날이 왔고 떨리는 그날을 맞이 했습니다.

 

새벽5시부터 일어나서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출~발~ 하자마자 배가 고파서 일단은 맥도날드

 

 

 

든든하게 (너무 든든하게) 배를 채운후 타다가 똥만 안나오면 됐다. 라는 생각으로 일단 출발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구요. 저희가 일찍 도착한편인데도 벌써 번호가 1600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무 사고없이 시작할수 있었다면 저희가 아니죠.

 

위에 맥도날 같이 먹던 친구가 바퀴를 안가져왔다고 바퀴 챙기러 다시 집에 다녀왔습니다. 더 많은 할말이 있지만 그냥 조용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쫄렸음 초보인거 티 날까봐. 실력이 쓰레기인데 친구들의 보조로 좋은 브랜드 옷들은 챙겨 입었습니다.

 

 

도착해서야 친구들이 3시간 코스라고 알려주더라구요. 3시간내로 몇바퀴 이상을 돌면 금, 그 아래로 돌면 은, 그 아래는 동. 포기하면 나띵.

 

친구들은 은메달을 목료로 했고, 저는 완주만이라도 하자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살짝 동 생각하고있었음)

 

긴장된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서 기다리고 이제 시작 소리와 함께 다같이 출발했습니다. 생각보다 일반인? 느낌나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그제서야 약간의 긴장이 풀리고 한 5분정도 달리고 나자 진짜 도로길이 나왔습니다. 이 대회를 위해서 4차선 도로를 막고 진행했는데요, 큰길이 나오자 뒤에서 큰 소리들이 나더라구요

 

" 비켜! " " 오른쪽! " " 꺼져 !" 등등

 

깜짝 놀래서 뒤에 보니 저는 무슨 지네인줄... 한 20-30명정도가 정말 자전거와 자전거 사이가 50~60cm 도 안되게 붙어서 달리더라구요. 제일 놀라운거는 3시간 내내 속도가 일정하게 그렇게 달리덥니다. 계속 따라 잡힐때마다 만났어요. 어느 회사에서 나온팀도 있었고, 개인 모임인것 처럼 보이는곳도 있었고

 

한 30분(?)이 지나자 친구들 사이에서도 실력 차이가 나서 그런지 좀 빠른놈들은 벌써 한바퀴를 돌고 제 뒤로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시간이 흐르자 제 뒤에 있는이는 저 위에 사진에 있는 맥도날드 보이밖에 없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내 자신을 극복해보자.. 라는 헛된 생각으로 부지런히 밟았습니다. 허벅지 쥐오고, 다리 쥐와서 중간에 서서 쉬고 있는데 사람들이 걱정이 됐는지 걱정해주더라구요. 고마운데 쪽팔린 느낌 알아요? 아니 몇바퀴나 돌았다고 여기서 자빠져있어 이런 눈빛. 후훗. 저는 받아봤습니다. 아마 이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종에게 동정을 받은 그런 경험은 흔치 않겠죠.

 



 

 

쥐 풀고 달리고 쥐 풀고 달리고 결국 한 25분 정도 남았을때 exit 했어요. 어차피 한바퀴 더 시작해도 시간내로 못 들어올거여서.

 

내가 제일 꼴지려니.. 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많이 돌았더라구요? 은메달 득했습니다.

 

완료했다고 그만하겠다고 얘기하러 갔더니 룰이 바뀌었습니다. 바퀴수가 정확하게 기억 안나는데 좀 하향 조정 해놨더라구요. 그치.. 그 땡볕에 바퀴수 채우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게야...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들 하나 둘 씩 들어오고 서로의 무용담을 한참을 나눴습니다. 뭐 자기가 이천만원짜리 자전거 타는 사람을 제꼈네 어쨌네, 자기 앞앞 사람이 넘어져서 다리가 꺽어져서 중간에 실려 나갔네, 아까 그 줄서서 달리던 프로들 사이에서 자기가 20분을 버텼네 어쨌네, 아주 눈에만 안보이면 허풍들이.. 좀 더 가면 자기는 내리막길에서 날랐다고 하는놈 나올수도..

 

쥐가 나서 죽을뻔했다고 말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뭘 꺼내더라구요. 이거 안먹었냐고. 그게 뭐냐고 했더니 중간 중간 에너지 보충 안하면 쥐 난다고...

 

???? 아니 그걸 왜 이제 말하냐고...

 

물이 라도 많이 마시지 그랬냐고 하길래, 나는 물통 안주던데? 했더니 깜짝 놀래 더라구요. 물 안챙겨왔냐고 그러다가 탈수와서 죽는다고...  그니까 죽을거 같더라 이생키야..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고 데려온 친구한테 몰래 침 뱉고 싶었는데 돌아오고 나서 생각해보니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집에와서 바로 쓰러져서 기절한거는 비밀.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정말 열심히 잘 준비해서라도 다시 나갈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체사진 투척 하며 마무으리.

 

왼쪽부터: 다신 안오기로 다짐한놈 / 자전거 대회오는데 바퀴 두고온놈 / 초보지만 몸이 가벼운 계룡산도인 날쌘도리 / 우리 전부 강제로 등록시킨놈 / 주짓수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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