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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잘둬야 돈이 모입니다

EasyLife 2020. 7. 30.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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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귀가 얇다면 더욱더 큰 타격이 오죠.

어릴 적부터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을 어르신들께 누누이 들어왔을 겁니다. 그때는 모두 다 좋은 친구들, 구들과 함께 라면 겁날 게 없는 그런 시절이었지만 요즘에서 느끼는 건데 친구들 성향에 따라 제 삶도 영향을 받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 예로 저는 늘 그들의 유혹에 시달리며 예정에 없던 저는 쓰지도 않을 상품들을 구매하곤 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1. 나는 신지도 않는 조던인지 뭔지 지들이랑 맞춰야 한다고 해서 구매

2. 나는 비디오 게임하지도 않는데 온라인으로 축구해야 한다고 해서 플레이스테이션 구매

3. 나는 허리 아파서 쓰지도 못하는데 간지 난다고 사라고 해서 샀더니 지들만 편하게 쓰는 리클라이너 소파, 

4. 나는 세단이 좋은데 짐 실어야 한다고 꼬셔서 구매한 SUV

5. 청결함이 생명이라고 해서 구매한 비데. 근데 안방 말고 손님방 화장실에 있음. 나는 쓰지를 못함.

6. 부위에 따라 다르게 운동해야 한다고 해서 등록한 헬스장 두 곳. 한 곳도 안 가는데 두 곳 등록해 놓고 한놈이 계속 게스트로 수영장 다니는 중

7. 사진 찍을 줄도 모르는데 꼬셔서 구매한 DSLR

8. 나는 마시지도 않는 프로틴 바 + 프로틴 파우더 + 영양제. 지들만 와서 먹고 감.

 

등등등. 늘 그들의 펌프질에 넘어가서 구매하고 후회하고 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잠깐만. 현재 미국은

 

미국은 아직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다수의 미국인들이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마스크 지침은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이다” “우리에겐 신선한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다” “마스크는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안 쓰겠다” “나는 마스크를 믿지 않는다”  등등등 당최 이해가 안 되는 많은 자기들만의 이유로 마스크 쓰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그냥 지침대로 마스크만 쓰면은 많은 것들이 해결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참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나라에 세계 제일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 이건만, 너무 많은 자유를 누려왔기에 생긴 마인드일까요? 마스크 쓰라는 지침에 대해서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받는다고 느끼나 봅니다..

 

 

어째뜬..  확진자 숫자가 좀 줄어드나 보다 싶다가 갑자기 또 올라가는 거 보고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가고, 특히나 사람 모인 곳은 더 피하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헬스장은 텅텅 비어있고 또 심심한 나라이기에 운동 아니면 달리 할 것도 없고 … 해서 요즘 갑자기 자전거 붐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조깅/자전거 해지고 저녁쯤 되면 많이들 하십니다. 저희 동네에도 자전거 타시는 분들 많이 뵜었는데, 요즘은 자전거가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갑자기 붐이 불었어요. 대형마트에도, 중고시장에도 자전거가 거덜 나서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6주 뒤에나 오고 그럽니다. 생각해보면 자전거가 지금 시기에 최고의 운동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게, 개인 운동에다가 사람들 간의 거리 확실하게 유지되고 사람들 모인 곳에 있을 필요 없고 계속 움직이니 한 공간에 머물 필요 없고 운동량 확실하고 하니 더할 나위 없는 운동인 거 같습니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네. 저도 샀습니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구입해서 타기 시작하더니 추천하더라고요. 매일매일 마치 다단계 제일 밑 사원이 당장 두 명의 회원이 필요한 것 같은 절심함으로 저를 꼬시더군요. 허벅지가 굵어지면 살이 빠진다, 당뇨에 좋다, 나오면 매번 커피 사주겠다, 자전거도 골라주겠다, 새벽에 나오면 아침 공기가 신선하다 등등... 일단 새벽 공기에서 마음을 접었고 (저는 별명이 잠만보로서 일단 기본적으로 잠이 많습니다. 새벽은 당치도 않아요) 루트 짜 놓은 거 보고 더 식겁해서 일단 거절을 했습니다.

 

 

 

Moscow Electric Mountain Bike 624Wh 48V/13AH Matte Black 27.5"

 

 

 

한참을 서치하다가 결국 이놈 흰색으로 결정

 

 

일단 제 생각은 당장은 시간도 없고 조금 있다가 상황이 나아지면 헬스장 가면 되는데 굳이 자전거를? 라며 머릿속에 저만의 핑계거리로를 끝없이 생성하며 매번 거절해 왔습니다. 그렇게 이주 정도 흐르고 나니 저만 빼놓고 모든 친구들이 자전거를 하고 있더군요. 단톡 방에서 매일 지들 자전거 올리면서 이거는 무슨 카본이네 뭐네, 카본 휠이네 뭐네, 벤쯔에서 출시한 자전거네 뭐네 하면서 난리들이더라고요. 약간의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쯤 두 명의 친구 (통칭: 쌍두마찬) 이 슬쩍 제게 다가왔습니다.

 

일단 그 둘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구설수와 이간질 선동에 능했으면 나이 먹고 정신 차려 더 이상 그런 일은 없지만 때때로 필요에 의해서 영업/네고시에이션/중고거래 등에서 꼭 꼭 봉인해놨던 스킬들을 꺼내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곤 합니다. 이번엔 제가 타깃이었을까요? 그들의 펌프질은 3년 전의 제 원형탈모처럼 제가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고 있었고, 그렇게 30분이 지나자 어느새 저도 모르게 카드를 꺼내 아마존에서 결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야!! " 라며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하려고 하면 쌍두마찬 현란의 혀놀림이 가속을 더해 깊게 자리 잡은 무좀처럼 끊임없이 저를 자극하고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저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몸. 시간이 없다 라는 핑계로 카트에 담아둔 자전거를 취소하려고 할 때 그들은 일단은 담아만 놔라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으니 라는 말로 저를 안심시키고 주제를 돌렸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마치 최면술을 걸듯이 꾸준한 패턴과 시간 차이로 저를 공략했고 어느새 저는 자전거 액세서리까지 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안돼.. 안돼.. 나는 게을러서 안돼.. 너무 힘들어.. 쉽게 쉽게 살아야 대.. 굳이 돈 쓰고 시간 쓰며 고생을 사서 할 필요 없어..라는 생각하던 중 마치 저의 생각을 읽은 듯, 쌍두 마찬의 둘째 찬이 "형은 간지 나게 전기 자전거로 하는 게 났겠다. 그럼 힘들게 탈 필요도 없어. 그냥 같이 나가서 오토바이 타듯이 타면 돼"라는 말과 함께 전기 자전거를 골랐고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혹해서 결국 저는 결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배가 좀 퉁퉁해 보이는건 당신의 착시 현상입니다.

 

 


그리고 오늘 첫 번째 라이딩. 역시나 저는 약속시간에 일어나지 못했고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에 겨우겨우 눈을 떠서 급하게 이만 닦고 나갔습니다. 다들 저희 타운 앞에 모여 있더라고요.(심지어 지들끼리 나갈 때도 저희 집 앞에서 모입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왜 이렇게 늦었냐는 잔소리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낮에는 후덥지근하고 찌고 습하고 더운데, 새벽 일찍 나가니까 선선하고 자전거의 이동 속도에 따라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바람도 느끼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보람 있는 일들을 한다는 기분이 들었던것 과는 관계없이 내가 이 시간에 왜 이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습니다. 

 

 

지들은 카본이니, 가벼운 바퀴니 뭐니 해서 더럽게 가벼운 자전거로 앞으로 팍팍 치고 나가는데 제 것은 싸구려 여서 자전거 무게가 한 두세 배는 돼요. 응꼬근육이 마비가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허벅지는 빳빳해지고 피가 몰리는 느낌이 들 때쯤 “원래 인생은 불공평한 법이야. 가진건 쓰는 게 정석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전기를 가동 시키기 시작했죠.

 

 

세상 편하더라고요… 오토바이 타는 느낌 이랄까? 버튼 하나만 누르고 있으면 시속 20마일까지는 아무런 노동력 없이 갈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매력이었습니다. 선두에 서있던 친구는 제가 뒤에서 급속도로 달려 나오는 걸 보고 스프린트 하듯이 튀어 나갔습니다. 초보인 저에게 잡히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을 거예요. 가벼운 자전거여서 그런지 최고 속도는 제가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눈 깜작할 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더라고요.

 

하지만 너는 곧 지칠 너의 허벅지 근육과 심장과 폐에 의지해야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지. ^^

 

1분이나 지났을까요? 약간의 오르막길과 함께 그는 뒤로 처지기 시작했고 저는 심지어 페달에 발을 올리지도 않은 상태로 같은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일부러 발을 안 대고 있었죠. 뒤에서 보고 약 오르라고.  (나를 일찍 깨운 복수다 이놈들아)

 

그렇게 짧은 라이딩을 마치고 목적지였던 스타벅스에 도착했습니다. 한잔씩들 마시면서 제 전기 자전거에 대한 평을 하더군요. 전기자전거 엄청 편하겠다고. 맞아요. 편해요.. 정말 편해요… 오르막길이든 내리막길이든 그냥 평소 평지 밟듯이 밟으면 그냥 쭉쭉 나갑니다.

 

 

 

목적지인 스타벅스. 나름 힘들게 왔는데 하는말을 들어보니 원래 다니는 루트에 비하면 반의 반도 안된다고 하네요. 어쩌라고 나는 힘든데.

 

 

 

 

 

 

같이간 친구들 자전거. 저는 뭔지 잘 몰라요. 지들끼리는 뭐네 뭐네 하면서 대화 하던데 그래봐야 나의 전기파워 앞에서 뒤로 쳐질수 밖에 없지 후훗.

 

 

 

 

  • 제 자전거는 (보통 전기자전거는)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페달링을 할 때 제 속도가 일정 수준만큼 안 나오면, 그 일정 속도에서 부족한 만큼을 전기로 밀어주는 옵션이 있고. 또 다른 옵션은 그냥 발 떼고 오토바이처럼 엑셀 누르면 쭉 가는 옵션. 저는 물론 두 번째 걸로 다녔죠. 너무 편하더라고요. 근데 그러면 운동이 너무 안되니까 다음 라이딩부터는 1번 옵션을 주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간단한 커피 타임과 수다를 끝내고 설렁탕 먹으러 가자는 걸 겨우 말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중에 저와 마찬가지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친구(통칭:임꺽정)가 땀을 폭포처럼 흘리면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로 뒤에서 저를 제치려고 죽음의 레이싱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따라붙던 그가 어느새 저를 천천히 제치면서 조용히 입가에 웃음을 띄며 묵묵하게 저의 앞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너무 진중하고 묵묵하게 페달을 밟는 그 모습이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더라고요. 근데 얄미워서 전기 키고 바로 제쳤습니다

 

 

그랬더니 또 뒤에 좀 쳐져 있다가 힘껏 달려와서 조금씩 조금씩 제 옆으로 결국은 또 저를 제쳐 가더라고요. 그리고는 또 묵묵히 꾸준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는 거를 전기로 또 제쳐줬습니다.

뒤로 한번 더 처진 그가 또 묵묵히 묵묵히 페달을 굴리면 제 옆으로 올 때쯤 또 전기 켜서 멀리 가줬더니 뒤에서 자그마 하게 “아! 하아….....” 하는 한숨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마 자기도 새로 산 자전거여서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미안 친구야.... 지금 전기 도움 3단이야…. 6단까지 있어.. 나도 양심이 있어서 나름 맞춰서 가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제칠 생각하지 마..

 

 

그렇게 짧은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매번 타던애들은 체력이 붙어서 인지 너무 짧은 라이딩이라고 아쉬워하더라고요. 난 죽을뻔했는데....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한 녀석은 체력이 남는지 자기는 좀 더 돌다가 들어가겠다고 중간에 다른 길로 빠졌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저희 집앞으로 모였다가 다들 출근 준비하러 흩어졌습니다.

 

소감은... 재미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를 이뤄놓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기분이 되게 보람차기도 하고,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운 친구들이랑 하루의 시작 전부터 자전거까지 타면서 만나니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첫날이니 섣불리 판단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취미생활로 지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누가 알아요? 타다가 재미 들리면 진짜로 로드바이크 사게 될지. 

 

틈틈이 라이딩 업데이트할게요. 혹시 자전거 타시는 분들 있으시면 장비 같은 거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마무리로 조립. 기계치인 저를 위해서 쌍두마찬의 둘째님께서 오셔서 조립해 주셨습니다

 

 

 

잘 도착 했구만요. 더럽게 무거웠어요. 저보다 조립해주러 온녀석이 더 설레여 하더라고요

 

 

 

 

 

 

못생겼으니 얼굴은 모자이크

 

 

 

 

 

전기 자전거. 제꺼는 흰색 검은색은 제수씨꺼 입니다. 저거는 거의 오토바이같아요 바퀴도 두껍고 넘어질일 없고. 무겁기는 더 무겁습니다 제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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