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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삶

미국에서 째버린 맹장

by EasyLife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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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악명높은 미국에서 맹장수술…

 
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명의 귀여운 딸들이 있습니다 4살과 2살. 밥도잘먹고 잠도 잘자는 귀요미 토실토실이들이죠. 하루의 업무를 끝낸후 다시 고된 육아의 세계로 들어가 치열하게 놀아주던중 저도 모르게 바닥에서 깜빡 잠들은것 같습니다. 그래봐야 한 3-5분일텐데 그새를 못참은 우리 두번째 귀요미는 쇼파에서 뛰어 내리며 무방비로 있던 저의 옆구리를 뒤꿈치로 찍어버렸죠. 보통 애기들이 장난감으로 때리던, 다른 어떤 고통을 줘도 애기들 놀랠까봐 큰비명소리를 안하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억!’ 하고 비명이 터져 나오더라구요
 
단 1도 미안해하지 않고 순수하게 웃는 그녀석에게는 뭐라고는 못하고 그져 ‘아아아 야야야’ 하면서 아빠 아프다고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잘 지나가고, 둘째날도 조금 욱신 하긴 했는데 견딜만 하길래 낫는 중인가보다 했습니다. 셋째날 욱신 거리는 부위(오른쪽 배부위) 를 살짝 누르면 반대쪽 옆구리부터 가운데 명치까지 묵직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때 살짝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무슨 장기 같은게 다친게 아닌가…. 그렇게 참을만한 고통을 즐기(?)면서 하루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 자려고 누으려는데 5월의 솔솔바람처럼 스윽 머리속에 스치는 생각이 “오늘밤엔 뭔가 사단이 나겠다”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밥을 안먹어도 속도 부르고, 그리고 말로 형용할수 없는 뭔가 묵직한 느낌…
 
자려고 잠옷으로 갈아 입은 와이프에게 슬쩍 말을 건냈습니다 “ 헤헷 맹장인거 같애 응급실 가야할거 같은데?” 그러자 약사 출신이신 저의 현명하신 와이프님은 “ 오빠 맹장이면 지금 거기 서있지도 못해 ^^ 절대 아냐 “ 하지만 유달리 고통을 잘 참는 저의 성격을 아는 그녀는 금세 표정이 어두워지며 “옷입어. 애들 맡기고 바로 가자….” 라고 서둘렀고 저는 바로 응급실로 향했죠.
 
아파 죽겠는데 자꾸 누르면서 여기 아프냐고 물어보고, 한 5분 있다가 다른의사 들어와서 또 누르면서 아프냐고 물어보고, 한 3분있다가 또 다른 사람 들어와서 아프냐고 묻는데 안아픈사람도 니들이 그렇게 주무르면 아프겠다고 하니 머쓱하니 어느정도 아프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견딜만하다. 아직 참을수 있다. 라고 말했고 저의 실수는 거기서 부터 시작됐습니다.
 
CT Scan 찍고 맹장이 충분히 부풀어서 터지기 직전이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 지방간이 심해서 앞으로는 다이어트 해야하고, 운동해야하고, 일주일에 2시간 30분 이상 숨이 찰정도로 운동해줘야하고, 탄수화물도 적게 먹어야 하고, 술은 당분간 절대 안되고 등등등. 아니 맹장 터지기 전이라매… 빨리 움직여야하는거 아니냐고… 다이어트는 나가면 할테니까 제발 빨리 수술이나 해달라고요.. 했더니 본인들은 수술실이 없으니 다른곳으로 이동 해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영화처럼 앰뷸란스타고 뙇! 코에다가 산소 그런거 꼽고 삐용삐용 하면서 응급상황으로 들어가나 했더니 나니데스??? 와이프가 운전하고 그냥 우리가 끌고온 차 타고 이동햇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한게 제가 혼자 갔었으면 나 혼자 운전해서 갔어야 할뻔했어요…
 

 
차에서 가는 동안 와이프느님은 조언을 해줬습니다. 아까처럼 1-10까지중 지금 아픈 정도가 어느정도냐고 물어보면 8이나 9라고 하라고. 저는 말대답하지 않는 남편 ‘ㅇㅇ’ 이라고 하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응급실에 도착후 바로 병실로 옮겨졌고, 또 누르더라구요. 아프냐고 하길래 아프다고 했습니다. 1-10중에 아픈정도가 어느정고냐고 묻길래 (사실 3-4정도 아직 버틸만했습니다) 8이나 9정도 되는거 같다고 했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몰핀 꼽아 버리더라구요. 기분 좋을거라고 하는데 기분 좋기는 커녕 토할거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해서 불쾌했습니다. 그리고 뭐 다른거 하나 더 꼽아주니 토할거 같은 느낌은 가라 앉더라구요. 그리고는 저를 슬쩍 보면서 “기분 좋지~~?” 라고 하는데 이녀석…. 많이 즐겨본건가…? 하고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수술은 잡히는 대로 바로 들어갈거고 여기 있는동안은 고통에대해서는 걱정하지마라. 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데 누나 좀 간지 났었음. 저는 편하게 누워라도 있지만 와이프님은 의자에 불편하게 앉아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언제쯤 수술 할수 있는지 물어보니 오늘밤, 즉 3-4시간 안으로는 할거 같다고 했습니다. 맹장 수술은 어려운 수술 아니고 자주 하는거기때문에 너무 걱정 말라고 하길래 “지네몸 아니라고 너무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한 몇시간 지나보니까 왜 그런지 알겠더라구요. 저는 터지지는 않아서 견딜만 했는데 여기저기서 터졌는지 어쩐지 으악 으악 하면서 오시는분들 많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무슨 공장 찍어내듯이 떼네요.
 
다음분~ 쓱쓱쓱~ 쭉욱 ~  찍~ 다음분~
 
약간 이런 느낌. 하지만 저는 진행정도가 느려서 그런건지 어쩐지 거들떠도 안보고 한 12시간 대기 했습니다. 머리통 깨진사람, 다리 부러진 사람, 교통사고 난사람 등등등 정말 응급 환자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길어지는 대기 시간에 약간 화가 나려 했지만 잠깐 밖에 환자들 보고 어휴… 나는 그냥 조용히 있어야겠다 싶더라구요.
 
그렇게 졸다 깨다 졸다 깨다를 반복하던중 결국 다음날 아침 제 차례가 되어서 수술실로 불려갔고, 담당의를 잠깐 만나서 간단하게 설명듣고 (너무 쉬운 수술이다 걱정마라. 구멍 반센치 되는거 3개 뚤어서 한시간이면 끝난다) 너무 믿음직 스럽게 들어 갔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와이프가 깨우는 소리가 들려서 번쩍 눈이 띄었습니다. 수면 마취중에 이런저런 속에 감추고 있는말 많이 한다던데 혹시 실언한게 없을까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와이프 표정이 밝게 웃는걸로 봐서 별다른 말은 안했나 봅니다. 수술 끝나면 보통 40분이면 깨는데 2시간째 안깨고 있어서 간호사가 깨우다가 깨우다가 안되겠어서 와이프 불렀다고 합니다.
 

 
 
마취 깨면 뭐가 제일 궁금하시겠어요? 당연히 수술자국 아님? 흉터 없음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구멍 세개를 찾기 위해서 배통 깠더니 배꼽위에 구멍 하나, 옆구리쪽에 하나, 그리고 아랫배에 한 5cm 찢은 자국… 찢은 자국!!????
왜 찢은거지?? 하지만 마취는 깨어났지만 정신은 돌아온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집으로 후퇴 했습죠.
 
그리고 1주일을 왕처럼 살았습니다… 육아로부터 해방. 일로부터 해방. 물 가져다줘, 밥가져다줘, 누워만 있으면 모든게 해결되는 그 꿈같은 1주일은 제 평생 앞으로도 다시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움뒤에는 고난이 함께 한다고 했던가요? 분명 아주 가볍고 쉬운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는데 저의 옆구리는 피멍으로 물 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에는 차마 표현할수 없었는데 Fire Egg 가 아주 새 까맣게 멍들었었어요..

 
 

너무 놀래서 전화 때렸습니다. 사진도 보내줬습니다. 뭐 그럴수도 있다고 그러네요. 닥터님께서 그러시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일주일 푹 쉬고 중간 체크 하러 다시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수술하신분 아니고 다른 분 만났는데요. 간호사분이 먼저 들어오셨고 아주 여유로운 표정으로 “오늘은 좀 어때? 많이 나았지? 맹장은 뭐 자주 하는 수술이니까. 어디 좀 볼까~?” 라고 하시길래 수술부위와 저의 소중이를 보여줬더니 깜짝 놀래더니 뛰쳐 나가시고 의사를 데려오더라구요. 의사분은 간호사가 모르는 케이스가 있을수있지 하지만 나는 잘 알지. 라는 표정으로 어디 한번 볼까? 해서 다시한번 옆구리와 나의 소중이를 보여줬더니 동공에 지진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표정은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 하고 있엇지만 제 눈앞에서 흔들리는 동공과 계속해서 빨라지는 말소리 너무 빠르게 말을 해야하는 나머지 중간 중간 들이키는 들숨과 깊게 내뱉는 숨이찬 한숨.. 저는 뭔가 잘못됐다는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의사는 한참을 설명하더니
 
“솔직히 나 15년 의사 생활하는데 맹장후에 이런케이스 처음봐. 지방 수술하면 소중이 알들 까매지는 경우 있는데 맹장은 첨이다.”
 
차라리 솔직히 얘기해줘서 고맙더라구요. 그래도 멍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니 일주일 정도 더 지켜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2-3 뒤로라도 바로 달려오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헤어졌습니다. 녀석…. 많이 당황해 보이던데 왠지 모르게 의사를 당황시킨 놈이 된 기분이어서 뿌듯하더군요
 
이렇게 한가지의 고민을 대충 해결했으니 이제 무서운건 얼마나 나왔을까…. 예전에 한국 연예인 누군가 맹장수술하고 4억 나왔다던데… 물론 보험이 있으니 그렇지 않으리란건 알고 있지만 얼마전에 $300짜리 bill 받았는데 실제 수술비하고 다 해서 얼마 나오는지 가만히 기다려 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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