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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나

하아... 상반고리관 피열증후군 걸렸습니다

by EasyLife 2024.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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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쉽지않군요.. 삶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했던가요?

 

신나게 친구들이랑 놀다가 한놈 더 나오라고 전화하는중에 갑자기 샤워중에 물들어간것처럼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귓밥같은게 들어갔나? 하고 별 생각없이 놀다가 집에 들어와 잠에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날 노래 소리들이 좀 웅웅 울리는 느낌이 들긴 했었네요.

 

다음날이 됐는데도 물이 안빠져 있더라구요. 약간 더 먹먹해진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별 생각 없이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앉아서 일을 시작하는데 귀가 되게 신경쓰이더라구요. 적당히 막힌게 아니고 아주 꽉 막힌 먹먹한 느낌이 들고, 왼쪽 귀 소리가 웅웅 울리며 좀 멀리서 들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도 또 신기한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귀에 들리더라구요.

 

처음엔 심장 박동 소리라고 생각못했는데 규칙적인 소리가 반복되서 이게 뭘까... 반은 겁나고 반은 호기심에 계속 고민하다 보니 이게 심장 박동소리라는 결론이 나오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귀밥이 너무 꽉 막혔나?"   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일쯤 되서도 계속 그러면 이비인후과 가봐야겠다. 라는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지내고 있었죠.

 

일이 바쁘기도 하고 병원예약하고 가는게 좀 귀찮기도 해서 (미국은 병원가는게 일이에요 일!) 그렇게 그냥 일주일 정도를 지냈습니다. 소리가 좀 작아 지는 느낌도 들어서 나아지고 있나보다... 라며 지내고 있었는데, 다른 잡소리들이 좀 섞이더라구요.

 

심장박동 소리 외에도, 찌익 찌이익 하는 소리나, 끼릭 끼릭 하는 소리, 침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꼬르륵 소리나 이런것들이 엄청 크게 들렸습니다. 심지어 걸어다닐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소리도 크게 들리더라구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일 기미가 안보여서 이비인후과에 갔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돌발성난청" 이 아닐까...? 하며 쫄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의사분께서 양쪽귀를 살펴보더니 아주 깨끗하고 건강하다고 하시더라구요?

 

??? 아니 그러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증상들은 뭐죠?

 

귀가 먹먹하고 일주일정도 됐다고 하니까, 그러면 항생제를 줄테니 먹고 껌을 많이 씹어 보라고 하십니다. 알았다고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래도 의사가 괜찮다고 하니 마음은 좀 안정 되더라구요. 룰루랄라 하며 기쁜마음으로 집에 와서 또 한참을 생활했습니다.

 

그러는중 찌익 찌익 소리는 눈알 움직일때마다 나는 소리라는걸 깨닫았고, 끽 끽 소리는 목움직일때마다 목뼈에서 나는 소리라는걸 알아챘습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나더군요. 그러는 동시에 마음 한켠에서는 "나에게 작은 소리도 크게 들을수 있는 초능력이 생긴건가...?" 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서른살 후반 남자 맞습니다.

 

상태를 인식한후에는 더 겁이 나서 다시 한번 조금더 큰 이비인후과를 방문했습니다. 이번에는 살짝 출신 학교도 검색해보고 리뷰도 검색해보고 다녀왔어요. 아~~무 렇지 않다고 하시네요. 아주 깨끗하다고. 약간의 염증이 있긴 있는데 문제 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그럼 내 증상은 뭐냐구요...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증상은 더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숙였다가 들거나, 무거운걸 들거나, 화장실에서 은나 하려고 힘주면 핑 핑 하면서 어지러웠습니다. 

 

귀 주변에서 크거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면 안진? 이라고 하나요? 시선이 지맘대로 움직이기도 하고

 

뛰거나, 운동을 해서 심박수가 올라가면 귀에다가 누가 제 고막에 드럼 치는 기분이었습니다.

 

삶이 조금씩 불편해지고 원인은 아무도 모른다고 그러니 답답할 따름이었습니다.

(미국 살면서 병원 관련일들 생기면 너무 불편해서 속에서 부글 부글 부글 끓어 올라요)

 

와이프님에게 계속 말을 해도 본인이 직접 겪질 않으니 이게 얼마나 불편한 상황인지 체감하기 어려울테고, 자꾸 불편하다고만 하니 와이프님도 짜증나겠죠. 그래서 작전 성공!

 

본인이 짜증이 나니까 종합 병원및 스케쥴을 쫙 예약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큰 종합병원을 예약잡고 다녀왔습니다.

 

가서 CT 촬영, MRI 촬영, 청력테스트 전문가의 오디오 테스트 등등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하고 일주일후에 다시 닥터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기다리는 일주일이 사람 피 말리더라구요. 

 

'큰 병이면 어떻게 하지...?"

'신경쪽에 문제가 생긴걸까...?"

'목숨에 지장이 있나...?'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걸까...?'

'그럼 이 능력으로 어떻게 돈을 벌수 있지...?'

 

일주일이 흘렀고 다시 의사를 만났습니다. 그렇게 해맑고 밝은 표정으로 Superior canal dehiscence syndrome : SCDS (일명: 상반고리관 피열 증후군) 이라고 하더라구요. 쓸데없이 해맑고 난리야.

 

본인이 아는 지식을 뽐내고 싶었는지 그렇게 상세하고 자세하고 즐겁게 설명해주는데 목숨에 지장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할때 저도 모르고 신발 벗어서 따귀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이게 귀를 덮고 있는 세개의 아주 작은 뼈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약하게 태어나서 열렸거나, 어떤 계기로 인해서 구멍이나 이런게 생겨서 소리가 직빵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몸속의 소리들이 고막으로 갔다가 소리가 오는게 아니고 바로 그냥 구멍통해서 들어가버리는 거라고. 그래서 몸속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라고. 자기가 신기 한거 보여주겠다고 발목 복숭아 뼈에다가 고무 망치 치는데 온몸이 다 울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나는 진지한데, 쓸데 없는짓거리 하고 난리야.

 

저기 낼롬~ 튀어나온 부분이 문제 인거 같아요. 증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저기를 막아주는 수술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섭죠

 

본인이 잘 아는 수술 스페셜리스트가 있으니 그쪽으로 소개서를 써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와이프도 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어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영어 잘하는 와이프가 예약도 잡아주고, 운전도 해주면서 쉴새 없이 입으로 "쪼꼬미 뼈가 없데요~ 쪼꼬미 뼈가 없데요~" 라며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 둬야지 스트레스가 덜하다는걸

 

 

그렇게 수술 스페셜 리스트를 만났고,  MRI 를 보더니 상반고리관 피열 증후군 맞다고 하더군요. 반대편 쪽은 뼈가 두껍게 잘 자리 잡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하면서 수술 진행하겠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생각이 있다고 하니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셨습니다.

 

귀 위쪽 두개골을 뚫어서 뇌수를 빼내고 뇌를 들어낸다음에 거기 보이는 구멍을 의학용 시멘트로 메꾸고 다시 뇌를 놓고 소금물을 채운후에 두개골을 덮을거라고. 몇일간 귀는 잘 안들릴거고 귀나 코를 통해서 뇌수가 흘러 나올수 있으니 침대에 있어야 할거고 일은 한 이주정도는 못할거니 회사에 얘기해놓으면 될거 같다고 합니다.

 

튀어나온 저기를 시멘트로 쓰윽 막아 버린다는 수술. 수술 과정이나 수술 후 흉터 인터넷 한번 찾아보세요. 수술 안하고 싶어짐

 

아니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무슨 부침개 만드는법 설명하듯이 하더라구요. 놀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아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걱정마 수술확률은 2% 미만이야" 하고 하십니다

 

그 2%미만의 확률들을 뚫고 스트레스성 틱장애, 망막박리, 상반고리관 피열 증후군, 백내장, 코뼈이상성장 등등을 겪어온사람에게 2%는 아무 위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술후 사진이 너무 무서워요. 한번들 찾아보시길.

 

수술후 사진을 보고 결심합니다. 그냥 안하기로. 무서워서 아니구요, 수술후 삶의 질이 더 떨어질것을 우려해서 입니다. 수술쪽 머리카락도 없고, 흉터도 엄청 크고. 애기들 자랄때까지는 안하려고 해요. 

 

혹시나 수술 안하면 청력을 상실할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좀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돌아왔습니다.

 

휴우... 삶이 정말 쉽지 않네요. 요즘들어 아프면 왠지 애들과 와이프한테 미안해집니다. 나때문에 괜히 고생하는거 같아서

 

와이프는 집에 돌아오자 마자 컴퓨터 키고 몇가지 검색해보더니 "오빠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보험 11월부터 조정되지? 단기장애/장기장애 보험 큰걸로 바꿔" 라고 하네요. 이렇게 까지 나를 생각해주는 현명한 와이프를 만나 정말 행복합니다. 보통 이런 상황에 "너 티발 씨야?" 라고 묻는거 맞죠?

 

집에 들어와 착찹한 마음에 인터넷을 더 검색해 봤습니다. 영어로 보니 어려워서 한국말로 검색하는데 최동석 아나운서 도 같은 질환을 겪고 있다고 하네요. 저보다 증상이 심하신듯... 저는 좀 불편해도 삶에 지장은 없거든요. 그래도 나 홀로 겪고 이겨내고 있는게 아닌, 다른 누군가도 함께 이겨 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불안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 듭니다.

 

어째뜬 정확한 원인을 알아서 다행입니다. 여러분들도 병 키우지 마시고 무슨 일있으시면 바로 병원에서 검사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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