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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나

저희 타운 불나서 홀랑 탔습니다..

by EasyLife 2020.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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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타운 클럽하우스 불나서 홀랑 탔습니다.... 

 

아니 무슨 냄새가 나긴 났었는데 워낙에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듣도 보도 못한 향의 다양한 종류의 바비큐 자주 해 먹으니까 그런 냄새인가 했었거든요. 근데 탄내가 너무 나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밖에 나가봤는데 뭔가 화려한 불빛 + 소방차 소리 + 웅성거림의 삼단 콤비네이션으로 인해 발길을 그리로 옮겼더니 뙇! 불이 나있다는...

 

수많은 구경꾼들과 경찰 & 소방차가 출동하였다. 우리 타운에 사는 많은 인종의 사람들을 알수 있는 기회였으며, 한국인들이 같은 타운에 이렇게 많이 사는지 처음 알았다.

 

 

친구들한테 온 카톡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습니다. 제 친구가 아래 보이는 집들 중 하나, 즉 저희 집에서 길하나 건넌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자기 집에서도 건너편에 불난 거 보여서 나왔다고 카톡 왔더라고요. (다음날 시 뉴스에도 올라왔었어요)

 

 

싸움구경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자세히 보기 위해서 가까이 갔었는데 경찰관/소방관이 뭔가 심각하게 대화하면서 좀 뭘 해야 할지 단호하지 못한 채로 어물거리고 있더라고요. 물론 시민 통제는 완벽했습니다.

 

 

불난 곳이 저희 타운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클럽하우스인데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헬스장/파티룸 등등 공동시설이 있는 곳입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누가 밤에 놀다가 담뱃불을 쓰레기통에 버려서 난 화재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놈인지 잡히기만 하면 ㅂㄷㅂㄷ.... 근데 문제는 불은 계속 커지는데 가스 밸브를 잠그질 못한다고 발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지켜보는 저는 월매나 무서웠는지....

 

 

가스 파이프가 주차장 아스팔트 아래 묻혀 있다고 장비가 와야지 파낼 수 있다고...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여. 그럼 불이 나고 있는데 가스를 못 잠근다고? 그게 말이 돼????? 그럼 터지는 거야?????

 

 

주변 사람들도 웅성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스 밸브가 클럽 하우스 안에 하나 있는데 불이 나서 못 들어가서 이차적으로 아예 들어오는 가스를 끊어야 하는데 그게 주차장 아래 묻혀 있다는 겁니다. 보통 그러면 맨홀을 만든다던지, 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슨 방도를 만들어 놓지 않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땅 깨부수고 파야한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슬금슬금 뒤로 가면서 수근거렸습니다. "먼 거리로 피해야 한다" "가스가 곧 폭발할 수도 있다" 등등 그리고는 순식간에 서로의 상상력을 더하고 더해 더욱더 드라마틱한 상황으로 번져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8시 방향에 계시던 인도 아저씨 께서는 "이건 테러야. 이건 사회 불만에 의한 분명한 테러야" 라며 망상 속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뭔 x소리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나도 단호한 목소리에 전혀 그럴 리가 없지만 혹시 몰라서 와이프는 집으로 들여보냈습니다. 물론 저는 남아서 친구랑 수다 떨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오랜만에 홀로 보낼 수 있는 자유란....♡

 

 

 

얼마 안 있다가 장비가 와서 결국 땅을 파내더라고요. 진흙땅도 아니고 아스팔트인데 그걸 부수고 파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더 급박한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왜 가스를 거기다가 묻어놨나 싶더라고요.. 땅도 기계가 왔음에도 한나절입니다. 파이프를 건드리지 않고 파내야 하니까 조금씩 조금씩 파내고 거기다가 파이프 밸브가 있는 곳을 찾아서 파내야 하니 또 한나절... 그러다가 결국 소방관 아조씨들이 삽으로 퍼내고 했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ㄷㄷㄷㄷ. 왜냐면 저희 집 산지가 얼마 안 되었거든요. 집값 떨어질까 봐 한참 걱정했네...

 

 

 

아니 도대체 어떤 놈이 밤늦게 놀다가 담뱃불을 던져서 불을 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네가 되게 조용하고 평온한 편인데, 거기다가 밤에는 입장도 금지되어 있는데... 그런 거 보면 미국은 치안이 한국에 비해서 너무나 별로인 거 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1. 미국 내 (특히나 위험지역) 워낙 강력범죄가 많이 일어나서, 강력범죄가 아니면 최선을 다해 해결하는 느낌은 아닙니다.(어디까지나 저의 의견). DC 수도 쪽에서는 그냥 차 좀 긁고 그런 건 그냥 지나가요. 경찰 불러도 오지도 않기 때문에... 저희 아버지 노가다 차 집 근처에 파킹 해놨음에도 장비 다 털려서 신고했는데 아직도 범인 잡았다는 소식이 없어요. 참고로 같은 장소에서 두 번 더 털렸었습니다. 나머지 두 번은 신고도 안 했습니다. 그냥 아버지가 차에 자물쇠 큰 거 채우고 비싼 장비는 퇴근하시면 다시 집에다가 옮겨 놓으세요. 노가다 장비들이 은근히 비쌉니다. 다 합치면 그래도 중고가 천만 원은 될 텐데 (구매가는 더 될 테고) 경찰 입장에서는 강력범죄들이 많으니 인명피해 없으면 그래도 괜찮은 거지 뭐..라는 생각인 거 같아요

 

*여담으로 - 아버지 + 이모부 두 분이서 약간 먼 동네에서 일하러 가신적 있었는데, 공사 시작하려고 차문 열어놓고 장비들 하나 둘 집안으로 옮기고 있는 사이에 어떤 놈이 아버지 Miter Saw를 들고뛰더랍니다 ㅋㅋㅋㅋㅋㅋ 두 분이서 쫓아갔는데 따라가지도 못했다는...(그럴 거면 육상을 하지 왜 도둑질을 하는지) 근데 그래도 계속 쫓아가니까 중간에 던지고 도망갔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생긴건데 아니 이걸 들고 어떻게 뛰냐고 ㅋㅋㅋㅋ 이거 엄청 무거워요. 죄다 쇠여서 들다가 어디 팔꿈치나 골반 무릎 찍히면 주저 앉아서 살짝 울어야합니다 

 

*친구가 뉴욕 놀러 갔을 때는 횡단보도에서 신호 기다리다가 건너가는데, 맞게 가고 있는 건가 구글맵 보려고 폰 꺼내서 보고 있었는데 옆에서 같이 건너던 사람이 그냥 자연스럽게 폰을 툭 가져가더랍니다 ㅋㅋㅋㅋㅋ 친구 말에 의하면 자기의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다시 탁 낚아챘다는데 참 무서운 나라예요. 그 사람은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계속 걸어가고. 정말로 눈 뜨고 코 베이는 무서운 도시..

 

 

2. 범죄 숫자에 비해서 경찰 숫자가 부족한 느낌. 집 사려고 집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그 근처에서 일어났던 범죄 사건 건수가 나옵니다. 어마어마해요. 차 털린 거, 강도, 강간, 폭행 등등. 그래도 저희 동네는 교육열도 높고(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나 온 동네 자부심) 좀 생활수준이 괜찮으신 분들이 사는 동네여서 굉장히 안전한 편인데 그래도 밤에 해지면 밖에서 걷지 않습니다. 한국처럼 동네에서 경찰분들 순찰 도는 거 뵙고 그런 거 없어요. 밤에 편의점 걸어갔다가 오고, 밤늦게 술 마시고 귀가하고 이런 건 상상도 못 합니다. 해 졌는데 볼일 보러 걸어 나갔다가는 예상 귀가시간이 몇 배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어디 끌려가든지 해서.

 

3. 일반인이 총기 소유가 가능한 나라. 제일 무섭죠. 헌법에 의해 자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총기 소유가 가능하다 라는 건데 항상 그렇듯이 좋은 뜻과는 다르게 범죄에 악용되는 상황이 있죠. 제 친구가 좀 먼 동네에서 학교 다녔었는데 8시? 9시? 정도에 헬스장 갔다가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세 명 정도 타 있는 차가 옆에 슬쩍 서더니 총을 꺼내서 겨누더랍니다. 바짝 졸아서 "뭘 원하냐?"라고 했더니 낄낄대고 웃으면서 그냥 갔답니다. 참고로 그 친구 격투기 선수 활동하는 친구예요. 자기가 그 상황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너무나 무력했다고 하면서 좀 우울해하더니 부작용인지 운동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효도르가 와도 총앞에서는 무력해 인마..) 듣기만 해도 무섭습니다. 실수로라도 발사가 됐었으면....

 

그 같은 학교 다녔던 다른 친구는 도서관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중에 총 들고 있는 두 명한테 뚜드려 맞았다고 하네요. 메고 있던 가방도 가져가고 지갑도 가져가고 겉 옷도 가져가고 하여튼 가지고 있는 거 다 털렸답니다. 그리고는 빠르게 도망도 안 가요. 느긋하게 걸어서 멀어지는 걸 보면서, 참 그 형도 대단한 게 "미안한데 내일 중요한 시험이어서 그런데 가방은 가져가고 그 안에 노트만 좀 주고 가면 안 되냐"라고 물어봤데요. 가방 메고 있던 놈이 터벅터벅터벅 걸어오더니 한대 더 때리고 노트는 주고 갔답니다. 원래 그 형도 운동도 많이 하고 싸움도 잘했었는데 하는 말이 "총이 눈앞에 있으면 오줌만 안 지려도 본전이라고....." 전해 줬습니다. 지금은 그 노트에서 힘을 얻었는지 구강외과의사 합니다.

 

 

불난 다음날 찍은 사진인데요 아주 거덜 났습니다. 참고로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헬스장/수영장 다 이용 못하고 있습니다. 관리 Fee 도 조금식 올리는거 같더라구요 새로 지어야 해서. 왼쪽 뒤로 보이는곳이 수영장인데 함께 닫았어요.

 

저희 집 있는 타운 들어오는 입구에 위치하고 있어요. 홀랑 탔네요. 왔다 갔다 할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보니까 재 건축 공사 시작했던데 "우리 아버지가 저 일 맡아서 했으면 짭짤하게 남았을 텐데...."라는 약간의 미련이 생기더군요.

 

 

클럽 하우스가 불타서 생긴 또 다른 문제가 주차문제. 저 클럽하우스 앞 뒤로 파킹랏이 엄청 많았거든요. 근데 불탄 뒤로 장소를 다 막아버리는 바람에 주차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물론 집안으로 개인 주차장이나 드라이브웨이가 있는 경우는 문제가 별로 없는데 안 그런 집들은 주차장 찾느라 신경전이 좀 있습니다. 차 빼면 거짓말 안 하고 2분 이내로 누가 와서 그 자리에 주차해요. 다행히 저희는 Garage가 있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우리집 아님. 그냥 이런 느낌. 집에 보통 저렇게 주차장이 딸려 있는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 주택 종류에 대해서도 한번 소개 해야겠네요. 다음 포스팅 기대하셈.

 

 

최근에 보니까 건물 겉에는 거의 다 세운 거 같던데 조만간 사진 찍어서 업데이트하도록 할게요.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요~★ 한국은 밤이겠네요. 좋은 꿈 꾸시고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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