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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살려면 영어 실력 얼마나 되야할까?

EasyLife 2020. 7. 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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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살려면 영어 실력 얼마나 되야할까?

 

미국에 산지도 어언 20년 에서 몇 년 빠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친구들이랑 헤어지기 싫어서 코 찔찔 눈물 찔찔 흘리면서 비행기를 탄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년이 조금 모자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기회의 땅이라고 익히 알려진 미국. 기회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회의 땅이라는 말에는 동의를 합니다. 기회의 땅이고 나발이고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가서 사냐!! 하고 역정을 내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미국 살려면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 돼야 할까? 에 대해서 한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기회의땅 미국의 국기 성조기. 별은 50개의 주를 상징한다고 하죠. 미국국기를 올려놓으니 괜히 태극기가 그리워서 아래에 한장 투척합니다

 

 

 

 

 

크....크고 아름다워.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경건함이 느껴지는 것은 제가 꼬레안 이기 때문일까요?

 

 

일단 고등학교 3학년? 2학년인가? 에 와서 지금 거의 20년을 살고 있는 저의 영어 실력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잘 못합니다. 안 늘어요. 방금 전에도 수업 하나 들어갔다 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죄다 원격으로 하지 않습니까? 6명이서 토론하는데 한마디도 못했어요.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오래 쪼들리고 치여 살아서 이게 피해의식인 건지 자신감 결여인 건지 내가 무슨 말했다가 비웃고 할까 봐 계속 입 다물고 살았더니 영어가 늘지를 않았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친구 놀러 와서 "오우 프리토킹 좀 해봐"라고 해서 쇼핑몰 데려가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직원하고 저하고 서로 못알아들어서 "왓???" "암 쏘리??"만 한 10번은 반복한 듯. 어찌나 민망하던지... 

 

아니 그런놈이 어떻게 미국을 사냐? 너 직장생활은 할 수나 있는 거니?라고 물으신다면 네. 그래도 살아집니다. 왜냐면 나만 못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곳은 기회의 나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회를 찾아왔기 때문에 영어를 잘 못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저 그런 영어로 회계사로 밥 벌어먹고 살고 있어요. 저희 회사에도 (제가 꼴찌에서 1-2위를 다투기는 하겠다만) 원어민처럼 영어 하시는 분들 반 정도밖에 안됩니다. "이츠 쏘 꼼뿔리께이띠드" 하는 이민자 영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요. 저~~~ 기 윗 레벨 가면 아무래도 대외적인 일이 많아져서 백인 비중도 높아지다 보니 좀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 저번에 다녔던 회사, 저저번에 다녔던 회사들은 다인종 문화를 존중해서 이런 상황들이 흔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듯이 잠시 들렀던 회사도 있었는데, 그곳은 99% 원어민들이어서 일하기 좀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런 다인종문화(?) 는 시티에 가까울수록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수도인 디씨가 바로 위에 있어서 그 주변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줄 비해 있다 보니 다인종에 대해 너그러운 편입니다. 서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존중하고 자세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하고, 한 번에 알아들을 수 있게 기본적으로 배려해줘요. (자기도 유창하게 설명할 영어가 아니어서 한 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준비해 놓는 다능...) 이분들의 특징은 쓸데없이 말을 섞질 않아요. 모국어인 사람은 일 얘기하다가도 풋볼 얘기도 하고, 주말에 뭐했다, 어디 여행 가는데 뭐가 좋다 등등등 일 얘기 5분 수다 25분 하는데, 우리 쪽 사람들은 일 얘기만 딱 5분 내로 합니다. 용건이 없으면 굳이 잡담을 먼저 시작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아 물론 성격이나 성향 차이가 크게 작용하긴 합니다. 영어 엄청 못하시는 수다쟁이 아가씨가 계셨어요. 일본분 이신데 어느 날 오셔서 "가루비 다운" "가루비 다운" 그러시길래, 뭐지... 한문을 섞어서 말씀하신 건가. 가루비면 보슬비 같은 게 다운=내려온는 말. 비가 온다는 말인가? 하고 창문을 봤더니 깨끗했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자기 저번 주말에 한국식당 가서 '가루비탄=갈비탕' 먹었다는 얘기더군요..

 

 

그렇다면 그냥 와서 한국말 하듯이 콩글리시만 하면 되느냐? 그건 아니죠. 물론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해야지 일도 하고 삶도 살아갈 수 있겠죠? 다만 그 '어느 정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레벨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직업의 특성상 완벽한 영어를 필요로 하는 직종들도 있겠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을 기가 막히게 해야 한다던지, 뭔가 남을 기똥차게 설득시켜야 한다던지, 수천억의 딜을 성사 시켜야하는 직책이라든지, M&A 를 리드 해야한다던지 등등. 하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이 영어랑 상관없이 찾지 않는 직종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직종들일 거예요.

 

 

제가 보는 미국에 오시면 보통 걸어가는 길을 살짝 설명해 보겠습니다.

 

 

 

미국 착륙. 도착하자마자 뭔가 퀴퀴한 냄새가 한국과 다름을 느낌. 공항 밖으로 나오니 나무가 눈에 많이 띄고 공기가 좋음. 친구 집/알아놓은 집으로 이동함. 며칠 즐겁다가 슬슬 미래가 걱정이 됨. 액션을 취함.

 

일단 애들은 학교 가면 영어를 자동으로 배웁니다. 입학하면 처음에 교육청에서 영어 시험 보고 보통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수업에 들어가서 영어를 배웁니다. 이 시점에서 정규 과목들보다는 영어에 초점을 맞춰서 수업이 진행되고 보통 2-4년 사이에 어느 정도 영어를 알아듣고 말하고 쓰는 정도가 됩니다. (제가 계산해보니 ESL 졸업까지 대략 10000시간 정도 되는 거 같더라고요. 만 시간의 법칙?). 물론 영어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다른 정규 수업을 따라갈 정도가 된다.라는 학교측 판단의 레벨이 됩니다. 좀 영어 빨리 배우는 애들은 2-3년이면 ESL을 끝내고, 좀 느린 사람들은 4년 정도까지 하는 걸 봤습니다. 애들은 그냥 내버려두면 시간 지나면 영어도 배우고 추후에 지네들 밥벌이합니다. 단 예외도 있죠. 한국인들과만 어울리거나, 영어권 한국애들에게 한국을말 가르쳐서 소통을 한다거나. 예. 저랑 제 동생이 그랬습니다.

 

 

그럼 직접 생계를 책임지는 어른은? 어른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통 어른들은 크게 세 가지로 갈리는데요,

 

 

(1) 나는 애들에게 영어를 맡기고 한국인 위주로 상대해서 생계를 책임지겠다 

(2) 내가 하는 일은 가끔 영어에 노출될 일이 있으니 (손님에게 설명이 필요하다던지, 물건을 오더 한다던지, 아님 다른 반복적인 업무 등등) 영어를 아주 많이는 아니어도 좀 배워야겠다

(3) 나는 미국 사회로 나가기 위해 왔다. 영어는 필수사항이다

 

 

이렇게 나뉩니다.

 

1번인 경우는 보통 한국인들 위주로 상대하시는 비즈니스에서 일하시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시는 경우인데, 많이 안늘죠 아무래도. 그래도 생활 영어라고 하나요? 내공이 쌓이면 필요한 손짓 발짓 표정으로 하고 싶은 의사 전달을 하고 눈치로 무슨 말하는지까지 이해하는 경지에 오르십니다. 다만 조금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약간의 당황감과 함께 전혀 다른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 자식들이 소환되어 일을 해결하죠 (예: 병원 예약, 이사한 후 인터넷, 가스, 물 설치, 편지 해석 등등). 

 

제가 주로 보는 업종들을 나열하자면

 

세탁소, 세븐일레븐, 캐쉬어, 델리, 컨스트럭션, 장거리 운전, 빌딩 청소, 한인 위주 보험, 한인 위주의 부동산 중개, 한국 마트 직원, 한국 레스토랑 주방, 미용실, 웅진코웨이 등등으로 상대적으로 영어 사람들과의 접촉이 적은 종목에 많이 종사하십니다.

 

2번인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특별한 기술/전문지식 등이 없으신 채로 오셔서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영어가 필요합니다. 이분들은 보통 시에서 제공해주는 무료 영어 교육 프로그램에서 다른나라 친구들도 사귀시고 영어 공부도 하십니다. 다만 좀 빡시게 하실분들은 근처 Community College(전문/기술 대학교) 에 등록하셔서 영어 수업을 들으시면서 배우십니다. 그러다가 더 욕심이 생기시면 대학교를 가신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가정과 자식들 돌봄에 바쁘셔서 어느정도 불편함이 해소된다 싶으시면 그만두시고 생업을 몰두하십니다. 경우에 따라 좀 유창하게 하시는 분들도 뵀고, 그냥 딱 배운 정도로 일에 필요한 쓰는 영어만 쓰시는 분들도 뵜습니다.

 

업종 (다양함) 위에 나열된 직업 + 간호사, 복덕방(미국인도), 보험(미국인도), 학교 급식실(베네핏 좋음), 우체국(공무원 급), 닥터 오피스, 한인 세무사무실 그 외 많은 사무직들로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연봉에 대해 궁금하실 텐데요 그거는 차후 다른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할게요.

 

3번, 매우 드물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시고 이뤄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영어로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든 능숙하게든 어쨌든 상대방에게 전달하시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두 번이나 세 번을 물어볼지언정 알아들으십니다. 미국 직장 생활하기에 가장 낮은 커트라인에 들어가시는 레벨로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여기에 속하시는 분들은 대부분이 한국에서 이미 고등교육을 받으시거나, 이민을 생각하고 영어 공부를 틈틈이 따로 해오신 부류입니다. 기본적인 문법이나, 영어 단어들이 머릿속에 있으셔서 배우실 때 빠르게 습득하시고 적용하시는 거 같습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community college에서 영어를 배우시던지, 아니면 아예 대학교/대학원을 지원해 버리세요. 그렇게 영어로 대학원/대학교를 끝낼정도면 영어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도 길고, 겪어야 하는 상황도 많아서 영어가 빨리 늘겠죠? 그렇게 미국 회사에 취직이라도 하신다면, 처음에는 고생할 수 있지만 또 거기서 영어가 늡니다.

 

아마 여기에 속하신 분들은 영어가 주가 되지 않는 웬만한 일들은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돼요. 제가 주변에서 보는 직종을 몇 개 꼽아보자면, 위에 거론된 직업들에 더해서

 

회계사 (보통 제일 만만하게 고르는 전문직),

변호사 (서류 전문-법원 가서 변호하시는 거보다 서류 처리 위주로 많이 하십니다. 이민법, 상속법, 이혼법, 교통법 등등)

프로그래머 (아무래도 이미 기술이 있으시면 영어보다는 기술이 더 중시되기 때문에. 사실 영어 안 되는 이민자로서 제일 존중받는 업종이기도 합니다. 돈도 잘범)

공무원 (연봉은 적은 편이지만 들어가면 철밥통 느낌에 많이들 선호하세요)

 

등등등

 

생각보다 별로 없네요. 이렇게 지인이 없나 싶으면서 저의 인간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자녀가 있으신 부모님들이 뒤늦게 미국에 오셔서 원어민처럼 영어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드립니다. 겉으로 들리기에는 발음도 좋고 문법도 맞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하실 수 있지만, 영어를 잘할 순 있어도 원어민 레벨이 되기는 불가능해요. 우리 아무리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들 봐도 원어민 같다 라는 생각 안 하잖아요 똑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것은 꼭 원어민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좀 불편함이 있을지언정, 살아가시는 분들이 많다는것을 말씀드리고 싶었고, 생활하는데 꼭 원어민만큼 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다는것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 물론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고, 물론 저 위의 세계는 또 모르겠습니다. 수천억씩 되는 딜 치러 가는 사람이면 원어민처럼 해야겠죠... 대통령/국회의원 하려면 당연히 원어민만큼 해야겠죠... 근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원어민급으로 영어 못해도 하던데...

 

여하튼 미국은 아직도 기회의 나라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생각보다 (특히나 도시 지역은)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이해를 한다. 여차하면 한인 사회 위주로 살자. 그러니 너무 영어가 두려워서 포기하진 말자! 정도로 요약하면 될 거 같습니다.

 

 

어느새 연휴가 끝났네요. 새로운 한주 시작 기분 좋게 시작하시고, 좋은 일들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굿 나이트~

 

 

 

 

나갔다가 와보니 컵밥이 종류별로 있네요. 와이프 일그만 두고 분식짐 차릴려는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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