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쉬는 날이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와이프님께 배웠어요. 주말은 쉬는 날 아니라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늘 저를 달콤한 단어들로 유혹합니다 (예: "나와 함께" "같이" "쉬는 날" 등) 그러면 저는 마치 꽃향기에 이 끌려 날아가는 한 마리의 나비처럼 그녀의 꼬임에 넘어가 주말을 헌납하곤 합니다. 오늘 '쉬는 날' 이니까 '나와 함께' 페인트 '같이' 칠하자! 하지만 결과를 보면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쉬는 날인데 쉬는 날이 아니게 되고, 같이 함께라고 했지만 소파에 누워있는 그녀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아래 사진은 저희 집 주방이에요. 색이 아주 아름 답죠? 누가 봐도 어르신이 쓰셨던 느낌이 확 풍겨 옵니다. 아 물론 뒷 배경의 페인트도 썩 맘에 드는 색깔은 아니네요. 하지만 저는 이사 오고 나서도 한동안 함구했었죠. 왜냐면 말을 꺼내는 순간 제 일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기어코 그녀는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캐비닛 색깔 좀 바꾸고 벽도 새로 좀 칠하자고. 미술을 전공 '하려 했던' 그녀는 색깔 조합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여주며 색깔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다 칠하면 짜장면 사준다고 해서 열심히 했습니다. 일단 하나하나 문을 다 뗍니다. 그리고 약을 뿌려서 정성스럽게 닦아줍니다. 깨끗해 보였는데 막상 닦기 시작하니까 기름때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땀 뻘뻘 흘려 가면서 정성스럽게 닦았습니다. 제가 한쪽에서 닦으면 와이프 느님은 마른 걸래로 한번 닦아주고 페인트가 잘 먹을 수 있게 다른 약품도 발라 줍니다. 약이 마르면 이제 본격 적으로 페인트를 칠해줍니다. (저희는 아마존에서 Nuvo?라는 제품 사용했어요)
너무 열심히 집중하느라 중간중간 사진 찍는 걸 깜빡했네요.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만 시간이 엄청 걸리더라고요. 바르고 말리고 바르고 말리고.. 캐비닛 통이 생각보다 많아서 쭈욱 칠하고 지나가면 처음 칠한 게 마르기 시작해서 다시 칠해주고 그랬는데 하다 보니 덜 말라서 처음에 바른 게 벗겨지더라고요. 욕 한 바가지 먹고 그냥 칠해놓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했습니다. 시간 좀 절약하면서 해보려다가 페인트 벗겨져서 시간 두배 걸렸어요.
미리 작업 순서를 알았으면 마르는 시간 계산해서 진행했으면 쉬웠을텐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들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습니다. 돌 깎는 심정으로 사근 사근 하면서 유튜브 틀어놓고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페인트가 다 마르고 나면 사진에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약간 빈티지 느낌을 주는 스테인 같은 거를 발라줍니다. 그러면 너무 하얗지 않고 약간 얼룩? 같은 느낌이 주우욱 생겨요. 그렇게 색이 변하는 걸 지켜보며 짜장면 하나 때리고 나면 아래처럼 완성.
글로 적으니까 금방 끝난 거 같아 보이는데 주말 두 번 날렸습니다. 이게 일 자체는 그리 많지 않은데 마르는 거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하실 거면 미리 닦아놓으시고 대충이라도 한번 먼저 페인트 바르세요. 지금 보니까 첫 번째 대충 아무렇게나 발라도 두 번째 바르기 시작하면 색깔 엄청 잘 먹습니다.
백 퍼센트 제 마음에 드는 색깔은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해야 합니다. 맘에 안 들어하면 색깔 바꿀까?라는 위험한 발언이 나올 수가 있어요.
저와 다르게 와이프 느님은 굉장히 맘에 드셨는지 위층 화장실도 같은 제품 사서 색깔만 다르게 칠하자고 하는데 일단 오늘 아픈 척 하긴 했으니까 다음 주 정도에 피크라고 하면 될 거 같습니다. 혹시 화장실 칠하게 되면 사진 많이 찍어서 올릴게요. 진행 순서와 제품 소개 새참 등등 자세하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그럼 다음 포스트에서 뵈용~
'미국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살며 했던 알바들 (33) | 2020.07.16 |
---|---|
미국 살면 좋은점 vs 나쁜점 (22) | 2020.07.15 |
미국 살려면 영어 실력 얼마나 되야할까? (7) | 2020.07.06 |
미국 독립기념일 Independence Day (0) | 2020.07.06 |
미국 살려면 한달에 얼마 필요할까? 생활비계산 (6) | 2020.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