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시간이 빠릅니다. 엄마 아빠 손 잡고 룰루 랄라~ 미국행 비행기를 탄지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어가네요.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울고 불고 하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 친구들 얼굴 조차 기억이 안납니다. 5년만 기다리면 돌아오겠다고 장담을 했는데 20년간 한번을 못나가보고, 어느새 학교는 졸업하고 결혼에 이제 애를 낳아서 기르고 있네요.
그래도 몇몇 친구들과는 종종 카톡으로 소식을 나누곤 하는데, 미국으로 넘어 오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자식 교육이나 환경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고 싶은거겠죠. 그렇게 현실적인 얘기를 좀 나누도 보면 다시 고민해보곤 하는데, 오늘은 애들 교육때문에 미국 이민을 고려중이신분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느끼는 한국보다 미국이 애 키우기 힘든점에 대해서 몇가지 적어 보고자 합니다.
1. 교육비 부담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과정은 많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높은 인건비로 인해 다양한 서비스와 교육 비용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는데, 이는 교육부터 생활 전반에 걸쳐 현실적인 문제로 작용합니다.
먼저, 미국의 인건비는 매우 높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서비스 비용이 비싼 편이며, 간단한 수리나 유지보수에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 무언가 고장 나서 전문가를 부르면 수리 비용이 수백만 원에 이를 수 있어 가벼운 문제도 해결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건비가 높은 탓에 자녀 교육비도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맞벌이 부부라면 보통 데이케어(daycare)에 자녀를 맡기게 됩니다. 저희도 두 살이 될 때까지 매달 약 $2,000(한화 약 250-260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이후 조금 더 저렴한 데이케어로 옮기면서 매달 약 $1,300(한화 약 198만 원)을 지출했고, 현재는 프리스쿨(preschool)에 다니면서 한 달에 약 100만 원의 학비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점심 비용, 준비물, 매년 새로운 등록비 등이 추가되지만, 학비에 비하면 크지 않기 때문에 크게 고려하지 않는 편입니다.
이후 킹더가든(Kindergarten) 단계에 들어가면 학비 부담은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나 맞벌이 가정이라면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합니다. 저희 부부는 태권도 학원을 이용하는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주기 때문에 실용적입니다. 미국에서는 안전 문제로 인해 아이가 혼자 집에 갈 수 없고, 부모나 미리 등록된 사람이 아니면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간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과외 활동 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피아노, 육상, 체조, 바이올린 등 다양한 활동들이 시작되는데, 이는 한국과는 달리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입니다. 미국은 SAT 외에도 과외 활동이나 창의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활동 비용 또한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과외 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다면 입시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비나 수업 비용은 매우 비싸집니다.
뿐만 아니라 SAT 과외도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도 시험 점수가 중요한 평가 요소이므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학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 비교해 미국의 사교육비는 두 배 이상 비쌀 때가 많으며, 특히 같은 수준의 수업을 받으려면 그 비용은 더욱 상승할 수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학비 부담은 여전합니다. In-state(거주하는 주)의 대학에 진학하면 그나마 부담이 덜하지만, Out-of-state(거주하지 않는 주)의 대학에 진학하면 In-state 대학보다 학비가 세 배 이상 높아질 수 있습니다. 억대에 달하는 학비를 요구하는 대학들도 드물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은 대학교 진학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는 과정은 인건비와 교육비, 생활비로 인해 큰 재정적 부담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한국인 부모님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의료비 부담
미국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자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지기 마련입니다. 저희 첫째 아이는 천식을 앓고 있어서, 1년에 1~4번 정도 입원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입원할 때는 아이의 건강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치료에 집중하지만, 치료가 끝난 후 청구서를 받게 되면 매번 걱정과 함께 경제적 압박을 느낍니다.
미국에서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입니다. 한국의 경우 의료보험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어 병원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미국은 보험이 있어도 병원비가 높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만약 보험이 없다면 병원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병원비가 높은 만큼, 이를 커버하는 보험료도 상당히 높습니다. 따라서 직장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은 매우 중요한 혜택으로 간주됩니다. 회사마다 보험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해주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회사를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동료 중 한 분은 뇌 수술을 받은 후 행동이 좀 느려졌는데도, 건강보험을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 일하고 계십니다. 보험이 없다면 추후 수술이나 이런건 꿈도 못꾸고, 쉽게 병원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장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험을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용은 상당히 높습니다. 대규모 직원 수를 가진 회사가 보험 회사와 계약하는 것과 개인이 직접 보험을 가입하는 것의 가격 차이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4,000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가 보험사와 협상할 때와 개인이 보험사에 연락해서 건강 상태에 맞는 보험료를 물어볼 때는 그 차이가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저희 아이가 천식으로 이틀간 입원했을 때의 병원비는 약 $4,000(한화 약 530만 원)이 나왔습니다. 또한, 저의 백내장 수술 때는 보험을 통해서도 약 700만 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청구서를 받고 와이프와 저 모두 " 휴... 다행이다" 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처럼 미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건강보험이 필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회사를 찾아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육아 시스템의 부족
미국에서 자녀를 키우다 보면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나 장소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과 비교했을 때,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나 활동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키즈 카페, 놀이동산, 각종 문화 체험 시설 등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도심지에서 조금만 나가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있어 아이들이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죠.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런 종류의 시설을 찾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물론 놀이터나 키즈 카페 같은 공간이 있지만, 그 질이나 관리 상태가 한국과 비교하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키즈 카페는 시설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기계가 고장 나 있거나, 놀이터는 너무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 환경이 풍부한 미국에서는 자연이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 매일 좋은 자연을 찾아 나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지리적 특성상 한 번 외출하려면 장거리 이동이 필요할 때도 많고, 가까운 공원들은 아이들이 흥미를 오래 유지할 만한 시설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자연을 배경으로 한 활동보다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찾게 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가정에서는 집 안에 암벽등반 시설이나 실내 놀이터, 수영장들을 가지는 경우가 그것들입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외부 활동보다는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아지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정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 기구나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의 육아 환경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이점도 있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어린이 놀이 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 많은 부모들에게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체험 환경에 익숙한 부모들에게는 이러한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쓰다보니 감정이입하게 감정이 복받쳐 글이 점점 길어지네요. 원래 5 - 6 가지를 준비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는 다음글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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